많은 독자들에게 오래도록 사랑받는 책 모순
오늘 리뷰할 책은 양귀자 작가의 책 모순입니다. 한국 출판계에는 아주 특별한 길을 걷고 있는 책이 하나 있습니다. 초판이 나온 지 벌써 15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여전히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를 정도로 굉장히 활발히 팔리고 있는 소설입니다. 처음 20대 이 책을 샀던 독자들이 결혼을 하고 30대 40대가 되어서도 가끔씩 이 책을 꺼내 다시 읽거나 또는 다시 사면서 그때마다 예전에는 몰랐던 소설 속 행간의 의미를 깨우치거나 세월의 힘이 알려준 다른 해석에 놀라면서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책 한 권으로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이 특별한 것은 대다수의 독자들이 한 번만 읽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두 번 세 번 이상 되풀이 읽고 있다는 사실에 입니다. 특히 여성 독자들의 지지가 절대적인 작품입니다. 여성 화자가 여성의 입장에서 사건을 전개하는 만큼 여성들의 공감 포인트가 많은 편입니다. 내용의 메인 줄거리는 남편감 찾기입니다. 주인공인 안진진이 남편감 후보인 두 명 중에 누구와 결혼할지가 소설의 마지막까지 중요한 테마입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여주인공의 삼각관계에서 누구와 연결될지 맞춰보는 것이 재미였던 것처럼 책 모순 또한 그런 재미룰 느끼실 수 있습니다. 책 모순의 줄거리를 소개하겠습니다.
안진진의 모순적 선택을 담은 이야기 책 모순의 줄거리
이 작품은 안진진이라는 25세 여성이 관심있는 두 남자 사이에서 누구를 택할 것인지가 핵심인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남자는 부자인 데다가 계획적이지만 그래서 인생이 꽉 짜여 있어서 따분한 느낌의 나영규입니다. 그리고 반대편에는 낭만적이고 무엇보다 안진진의 마음이 동하는 사람이지만 전반적으로는 무능하고 집안에 짐을 지고 있는 김장호입니다. 안진의 선택은 두 사람 사이의 선택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안진진의 쌍둥이 엄마와 이모가 바로 이런 선택으로 운명이 나뉜 표본이라는 것입니다. 이모가 결혼한 사람은 나영규 같은 계획 남이고 엄마가 결혼한 사람은 자유로운 영혼인데 너무 자유로워서 술 먹으면 가정폭력을 일삼다가 집까지 나가버리는 그런 사람입니다. 그러다 보니 안진진의 집안은 그야말로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안진진의 동생은 조폭 흉내를 내다가 감옥으로 잡혀가고 집 나갔던 아빠가 치매에 걸려 돌아오기도 합니다. 엄마는 어려움들을 다 감내해야 하지만 사실 상황들을 헤쳐나간 엄마의 인생에는 활기가 있습니다. 반대로 이모는 부유한 삶을 살고 있고 자식들도 유학 가서 성공하지만 활기가 없고 지루한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부러울 것 하나 없어 보이는 이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됩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안진진은 결혼할 남자를 선택하게 됩니다. 안진진의 선택은 나영규입니다. 이런 결혼의 끝자락에 불행하게 죽은 이모의 모습이 있는데도 나영규를 선택한 것입니다. 작품 모순은 결말 부분에 주인공의 선택에 있어 모순적인 느낌을 주며 마무리됩니다.
모순적인 삶은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질문을 남기는 책
모순이라는 제목은 안진진의 선택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란성쌍둥이인 엄마와 이모의 인생행로의 대비 또한 이 책의 큰 테마입니다. 같은 얼굴을 가지고 태어나서 삶의 집단이 갈린 어머니와 이모를 한꺼번에 보면서 주인공 안진진은 이렇게 모순투성이인 삶이라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안진진에게는 낭만적인 사랑을 통해 결혼을 하고 싶은 마음과 편안하고 안락한 결혼 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이 공존합니다. 이렇게 보면 욕심쟁이 같지만 인간이 꿈꾸는 것은 원래 모순적입니다. 안진진 역시 결국 하나를 선택하게 됩니다. 이모의 삶 속으로 자신을 던지게 되는 것입니다. 사랑하고 마음이 동하는 것은 김장호이지만 모순적이게도 사랑하진 않지만 안정된 생활이 어느 정도 보장된 나영규의 손을 잡게 됩니다. 이모의 삶이 어떻게 끝났는지 알면서도 이런 선택을 한 것도 굉장히 모순적입니다. 여기에 대한 해석들 생각들은 다양합니다. 결말을 알기 때문에 자신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엄마 같은 삶은 같은 가정 안에서 경험을 해보았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보기만 한 이모의 인생을 살아보고 싶었다고 생각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왜 그랬는지에 대한 심정이 나오지는 않지만 그런 심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공유하고 토론한다는 의미에서 이 책이 계속 읽히고 인기가 있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결혼 전 결혼 후 그리고 결혼 한참 후에 이 책의 내용이 굉장히 다르게 읽힌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인생이 마치 내 것만 같던 젊은 시절을 지나서 인생이라는 것이 온전히 내 것일 수만 없다는 깨달음을 서서히 얻어가는 것이 나이 들며 성숙해 간다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조금은 조숙할 수도 있는 안진진의 선택을 보며 지금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해야 할지 질문을 남기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