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에 빛나는 작가 욘 포세 소개
책 보트하우스는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욘 포세의 작품입니다. 욘 포세는 1959년 노르웨이의 헤우게순이란 곳에서 태어났습니다. 대학에서 비교 문학을 전공했고 문예창작을 가르치기도 했던 정통파 작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가로서의 그의 작품들은 극적인 사건을 다루거나 사회의 모습을 깊이 들여다보지는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담담한 필치로 한 인간의 인생을 조망하는 것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편에서는 그의 작품들은 재미가 없다는 반응도 있지만 생각할 만한 점이 충분한 수작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욘 포세의 보트하우스는 1989년에 발표된 그의 초기작으로 화자인 나와 어릴 적 친구인 크노텐 그리고 크노텐의 아내 세 사람의 관계를 그려낸 소설입니다. 소설은 화자의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문체로 인해 많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화자인 주인공의 불안감과 공허감은 독자들의 공감을 자아내며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또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독특한 구성은 소설의 서사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면서 화자의 내면이 더욱 입체적으로 드러나고 소설의 주제 의식이 더욱 깊이 있게 전달되고 있습니다. 욘 포세의 작품을 처음으로 접하고 싶은 사람들이 읽기에 좋을 만큼 어렵지 않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10년 지기 친구와 그의 아내 사이에서 방황하는 주인공
주인공인 나는 10년 정도 만에 옛 친구 크노텐을 우연히 만나게 됩니다. 주인공과 크노테는 과거 학창 시절에 가장 친했던 친구였습니다. 이후 결혼을 해 두 딸까지 둔 음악교사 크노텐과는 달리 주인공은 지난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특별한 직업을 얻지 못했고 지금까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반갑게 인사를 했고 마침 크노텐과 함께 했던 그의 아내와 두 딸도 주인공에게 짧은 인사를 하고 헤어집니다. 다음날 밤낚시를 하러 나가니 크로텐의 아내 혼자 배를 타고 나와 있었고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합류하여 함께 낚시를 합니다. 주인공은 크노텐이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음을 눈치채지만 그의 아내는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듯했습니다. 다음 날 주인공은 저녁 산책을 나갔다가 크노텐의 아내와 마주쳤고 그녀는 주인공을 집 안으로 초대했는데 아이들을 재우던 크노텐이 그를 맞이합니다. 주인공은 아내가 주인공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다는 뼈 있는 농담을 던졌고 이에 발끈한 그의 아내가 반박하면서 가벼운 말다툼이 벌어집니다. 다음 날 저녁에 마을 축제가 열렸고 거기서 만난 크노텐의 아내는 대담하게 주인공을 유혹합니다. 축제가 끝날 무렵 크노텐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주인공과 크노텐의 아내와 함께 집으로 걸어가는데 두 사람은 보트하우스에 다다르고 크노텐의 아내는 주인공을 노골적으로 유혹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이를 거절하고 집으로 돌아온 후 머릿속은 과거의 기억과 불안감으로 어지러워집니다. 다음 날 아침에 주인공은 크노텐을 목격하는데 주인공을 보고도 무심한 태도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며 그가 어제 일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직감합니다. 한편 크노텐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아내와 친구의 부적절한 모습을 지켜보는 내내 크노텐은 과거 자신이 주인공이 좋아하던 여자애와 데이트를 했던 걸 떠올립니다. 아무렇지 않게 돌아온 아내 옆에서 밤새 괴로워하던 크노텐은 아침에 산책을 나갔다가 주인공을 보았고 피로감을 느껴 집으로 되돌아간 것이었습니다. 주인공은 그날 이후에 불안해하며 내내 방에 틀어박혀 글쓰기에만 집중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그에게 외출도 하지 않은 채로 하고 있는 글쓰기는 그만두라고 하면서 크노텐의 아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보트하우스의 의미와 주인공이 글을 쓰는 이유
이 소설에서 보트하우스는 주인공과 크노텐이 함께 보냈던 과거와 10여 년이 지난 후인 현재 각기 다른 상징적 의미를 갖습니다. 10여 년 전인 과거의 보트하우스는 주인공과 크노텐이 밴드를 결성하고 아지트로 삼은 곳으로 친밀한 우정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이죠.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현재 보트하우스는 완전히 달라진 의미를 갖는데 바로 친구의 믿음을 저버린 배신을 상징하는 공간이 됩니다. 주인공과 크노텐의 아내는 마을 축제가 끝나고 난 야심한 시각에 함께 보트하우스로 가게 되는데 크노텐은 이 모든 광경을 목격하고 있었습니다. 크노텐의 입장에서 두 사람이 함께 보트하우스에 들어간 것만으로도 부정한 행위가 벌어졌을 것이라고 추측하기에 충분했던 것입니다. 즉 이 소설에서 보트하우스는 우정을 상징하는 공간인 동시에 배신을 상징하는 공간이며 이 둘 사이에는 공통적인 특성이 있습니다. 두 가지 모두 남들의 눈에 띄지 않는 비밀스러운 공간이라는 특징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작가 욘 포세가 이 소설의 제목을 보트하우스로 정한 이유는 주인공과 크노텐 사이 심리적인 관계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음으로 주인공의 죄책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주인공은 불안감에 집밖으로 나가지 않은 채 글쓰기에 몰두합니다. 주인공은 그녀에게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지만 확고하게 그녀를 밀어내지는 않는 태도를 취합니다. 그의 내면에는 상대가 친구인 크노텐의 아내라는 점에서 기인한 죄책감이 있었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다면 왜 의심을 살만한 행동을 했는지 궁금해집니다. 게다가 크노텐이 자신과 아내의 사이를 의심하고 있음을 직감하면서도 적극적인 해명도 하지 않아 비극을 자초한 측면이 있습니다. 아마 과거 크노텐이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애와 데이트를 즐겼다는 사실이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주인공이 크노텐의 아내와 애매한 관계를 형성하며 그녀를 좀 더 확고하게 밀어내지 않은 이유는 과거의 그 사건으로 인한 복수심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은근한 복수심과 애매한 죄책감 사이에서 방황하는 주인공의 심리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남기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