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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브이 읽는다는 것에 대한 도전과 상징 비극의 원인

by 우다다122 2024. 4. 23.

토머스 핀천의 소설 "브이"
토머스 핀천의 소설 "브이"

 

1963년에 발표된 토머스 핀천의 소설 "브이"는 작가의 첫 번째 장편 소설로 알려져 있습니다. 20세기 초중반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브이라는 존재를 찾아가는 내용을 주로 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내용과 줄거리를 파악하기 난해한 소설입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작가인 토머스 핀천이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읽히기 쉬운 소설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장편소설 "브이"의 내용을 통한 감상평을 공유하겠습니다.

소설을 읽는다는 것에 대한 도전

이 소설은 읽는다는 행위에서 도전적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토머스 핀천이라는 작가는 널리 알려진대로 포스트 모더니즘 사조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입니다. 문학에서 포스트모더니즘 사조는 일관된 서사적 구조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에서 완전히 벗어난 새롭고 생소한 기법들을 보여줍니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마치 파블로 피카소가 대상의 구조를 완전히 해체시켜 그림으로 옮겨놓은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피카소의 그림 같은 경우에 개별적으로 뜯어보면 무엇을 그린 것인지 파악하기 어렵지만 전체적으로는 대략 어떤 주제인지는 알 수 있습니다. 이 소설도 전반적으로는 "브이"라는 존재를 추적해 나가는 내용이라는 건 알겠지만 반대로 세부적인 이야기를 파악하기란 너무나 어렵습니다. 따라서 독자 입장에서는 소설을 읽으면서 어지러지는 느낌이 들고 도대체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명확하지 않아 혼란을 줍니다. 또한 작가의 다른 대표작 제49호 품목의 경매와는 달리 소설의 길이 자체도 짧지 않아 읽는 행위 자체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토머스 핀천이 자신의 소설을 이렇게 구성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소설의 구조와 기법을 완전히 해체해 새롭게 구성한 그 행위 자체가 또 다른 문학 사조임을 보여주기 위함인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작가의 의도대로 이 소설을 통해서 사건이나 생각, 심지어 읽는 행위 그 자체에서도 의미를 찾기 어려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게 됩니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어쩌면 문학 작품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각자가 내면에서 느끼는 그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결국 내가 어떤 생각을 하겠느냐가 중요하며 어떤 진실에 도달했느냐에대한 도전이라고 이 작품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브이"가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냥 읽기에도 어질어질한 이 소설 속에서 그나마 파악이 가능한 내용은 스탠슬이라는 인물이 "브이"라는 존재를 추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작가는 도대체 이 "브이"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사람인지 사물인지 아니면 지명인지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브이"의 배후와 내부에는 우리 중 누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많은 비밀이 숨어 있다고 책에서는 언급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그것은 누구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무엇이라고 하는 것이 올바를 것이다 라는 모호한 문장으로 "브이"의 존재에 대해 더욱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하지만 이것을 추적하고 있는 스텐슬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브이"가 상징하는 것이 조금 분명해집니다. 스텐슬의 입장에서 봤을 때 "브이"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찾아내야만 하는 그 무엇입니다. 책에서는 만약 우리가 이미 추측하지 못했다면 그 여자란 다름 아닌 레이디 브이, 즉 스텐슬의 광적 추구의 대상임을 여기서 밝혀야겠다 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이를 확대해서 해석하자면 "브이"란 인간이 추구하는 것을 상징하는 존재로 볼 수 있습니다. "브이"가 가지고 있는 이 두 가지 특성인 모호성과 인간이 추구하는 대상을 상징하는 상징성을 결합해 보면 작가가 보내는 메시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시대에 이르러 인간이 추구하는 대상은 모호해졌고 불확실해졌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라는 것입니다. 지금 이 시대에 이르러 확실한 것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것이고 분명한 것은 모든 것이 모호하다는 것을 문학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브이"가 상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흔히 나타나는 비극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

이 소설은 앞서 말한 대로 서사 구조를 정리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뒤죽박죽 진행됩니다. 그나마 확실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다는 것 입니다. 소설 속 등장 인물들은 당시에 벌어진 끔찍한 사건들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각자의 생각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바로 이런 대화나 생각들을 통해서 작가 토머스 핀천이 전쟁과 같은 인류의 비극이 어디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작가는 비극의 원인은 사람들의 무지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무지란 문자 그대로 알지 못함을 의미한다기보다는 불편한 진실에 대한 외면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전쟁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마치 천재지변이라도 벌어지듯 예기치 못한 재난인 것처럼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인간 사회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비극들은 작은 원인들과 별것 아닌 것처럼 보였던 요소들이 차곡차곡 누적된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대개 사람들은 그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당장 자신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또는 자기 일이 아니라서 외면해오다가 대비극을 초래하게 됩니다. 두 번째 세계대전의 경우에 나치 독일에게 당하던 피해자가 유대인이기 때문에 동유럽의 작은 나라들이기 때문에 외면하다가 큰 전쟁으로 번진 것이 그 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 토머스 핀처는 인류가 겪은 대부분의 대비극의 원인은 그들 스스로의 의도적인 무지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우리 시대에 벌어지고 있는 숱한 비극적 사건들에 대해서 우리 스스로가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지 성찰해 보게 됩니다.